어린이만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상상하며 그리던 그때는 뭐든 그릴 수 있었어.

사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상의 맛을 알아버려서 상을 위한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나.
모자동차회사가 어린이들에게 꿈의 자동차를 그리라고 시켰어.
한달뒤, 어린이 신문에 이름을 올리고서야 입꼬리가 올라갔지. 
5학년은 어린이인데 이미 그때부터 그림을 못그리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그림은 못그린 그림처럼 보이지만
나만 보는 다이어리에 똥나오는 볼펜으로 생각없이 그려제낀 그림들에 감탄할 때가 있으니
아예 맛을 잃은건 아닌가봐.
잘그리려는 노력따위 버려.
내가 느끼는 그대로 그렸던 그때처럼.

나이가 들어 이미 난 상상하던 것들 중 꽤 많은 것을 경험했고,
내 이럴 줄 알았어-적당히 실망도 했지.
그래도, 그래도
아직 그릴 수 있는것이 많아.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곳과
나와 늘 함께 있지만 그릴 수 없는 그분
나의 꿈, 나의 미래.
그리고, 그리고
나의 추억.

상상만을 그리던 그때보다
더 그릴 수 있는게 많아진 지금'을 알아버렸어.
나이들수록 정화되고 있음을 느끼니 다행이야.
아팠던 기억도 추억이 될 수 있는건
축복이야.

나만 아는 그림을 그리는 중
너희들의 평가를 바라진 않아, 상도 주지마.
이크,boy~ 뭘 그린거야? 그래, 지금처럼 '너만 아는 그림'을 그리며 살도록.
언젠가 그 그림의 의미를 아는 녀자가 나타나면 부인으로 삼도록해.(농담이야;)
하바리~ 무주리걸~
너네두!

Osei가 6살때 편지 뒷장에 그려준 사실적 사과.
넌 천재야!

p.s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그림으로 말을 한다.
글을 못써도 그림은 그릴 수 있는게 어린이다.
한국에서, 지금. 뉴스만 틀면 나오는 사건들에 가슴이 아프다.
그 어린이들의 그림속에 무서움과 공포가 그려진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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